Last Night in Soho

Last Night in Soho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OTT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다양하게 많은 현 시대 아직까지 영화관이 가지고 있는 차별점은 새로운 영화의 배급과 개봉 그리고 큰 스크린과 음향이다. 네온사인으로 가득 채운 영상미와 1960년대 음악이 매력적이었던 “Last Night in Soho”는 영화관에서 봤기 때문에 조금 더 후한 평점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초반부는 다소 루즈했다. 주인공의 정신이상에 대한 밑밥을 깔아 놓고 런던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골 소녀의 렌즈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중반부 부터는 환각과 의심으로 여러가지 민폐를 끼치는 주인공의 모습과 동시에 호러 영화 다운 여러가지 jump scare 장면들을 선보인다. 그리고 난 공포 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쫄보 답게 엄청나게 놀라줬다. (의자에서 3cm는 떠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중반부 까지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의심되는 악역들에 대한 단서들을 던져 줬고, 주인공의 멘탈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잘 묘사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너무 노골적으로 특정 역할이 악역인 것으로 몰아갔기 때문에 스릴러와 반전물을 즐겨보는 내 입장에서는 후반부의 반전이 어느정도 예상됐고, 마지막에 나타난 환영들이 “도와줘”라고 외치는 장면은 정말 갈고리 백개를 내 머리속에 띄웠다. 초반부에 쏟아부은 영상미와 옛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향과 복고 패션이 무색하게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오히려 웃겼고 진부했다. 결국 스토리를 한줄 요약 해보면: “정신이상이 있는 시골 소녀가 상경을 하는데, 집주인이 살인자이고 시체가 많이 묻혀있는 방으로 이사오면서 점점 미쳐가는 이야기” 정도로 정리된다.


영화의 홍보를 “호러의 스타일을 바꾸다”라는 문구는 동의하기가 힘들었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내 입장에서 영화는 중반부 까지는 “음악, 패션 그리고 미친듯한 카메라 워킹과 연출!”만 신경을 쓰다가, 마지막에 와서는 “아 맞다! 이거 호러영화여야 되는데… 반전과 공포요소를 좀 중간중간에 넣어보자”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시나리오의 완성도와 전개 속도 그리고 개연성과 메시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훌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연출과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한번 쯤은 볼만한 것 같다.

Rating: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