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와 P2E 미래
주변에서 내게 NFT에 대한 의견을 많이 묻는다. 내가 게임회사에 재직중이기 때문에 아는게 더 많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지인들에게 해준 말은 별로 없었지만, 사실 최근 6개월 동안 블록체인과 NFT 그리고 P2E (Pay to Earn) 관련 게임들에 대한 리서치를 굉장히 intensive 그리고 extensive하게 진행했다. 하지만 난 회사에서 시키는 리서치만 진행했을 뿐 내 생각을 딱히 정리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질문을 한 사람들에게 피상적이고 얕은 얘기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블록체인과 NFT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수집과 투자로서의 NFT
지금까지 조사해온 결과로 보자면 NFT는 수집 및 소장 욕구를 충족해주며 투자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강하다.
블록체인과 NFT관련되어 처음으로 내게 하달된 리서치 주제는 스포츠 카드를 디지털화한 Topps MLB NFT 컬렉션과 NBA 경기 하이라이트를 숏폼 클립 형태로 판매한 NBA Topshot와 같은 수집 목적과 성격이 강한 NFT 상품이었다.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리서치를 하면서 많은 의문이 들었다. “이 가격에 과연 수집을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상품일까?” 그리고 내 생각을 비웃듯이 Topshot 상품은 출시 직후 완판이 되었으며 높은 가격에 리셀링 및 거래가 되고 있었다. 내가 저평가 한 것이 사람들의 수집 욕구 인지, 아니면 해당 상품의 소장가치인지는 몰라도 그만큼의 수요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것이 상품 매진으로 증명됐다.
NFT하면 항상 나오는 비판적인 얘기가 하나 있다
ctrl+c 해서 ctrl+v하면 똑같은 이미지를 복사해서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이걸 뭐하러 돈주고 소장을 하지?
의미가 있는 소장인가?
결론적으로 얘기를 하면 의미는 있다. NFT는 원본 추적이 쉽기 때문에 진품 증명과 소유권이 확실하게 보증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자료와 창작물의 복제와 유통 그리고 배포가 손쉬운 인터넷 세상에서 개인이 수집 및 소유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NFT가 거래 될 때 마다 창작자가 로열티를 지급 받을 수 있는 수익 배분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창작물의 가치에 따른 보상을 창작자에게 온전하게 받을 수 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활발한 아이템 거래가 일어나는 재밌는 게임을 만들면 별도의 BM없이 거래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 아이템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으며 사기를 당할 위험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캐릭터와 계정 또한 NFT화를 하여 거래를 할 수 있는 게임들도 개발이 되고 있으니, 아이템 매니아와 같은 수요 기반으로 만들어진 음지 (엄밀히 말하자면 불법) 플랫폼을 양지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도 된다.
NFT는 예술 쪽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래 보이는 Tyler Hobbs의 Fidenza 시리즈 작품 중 Fidenza #313 작품은 두 달만에 150만원에서 38억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처럼 유명 작가의 NFT예술품은 훌륭한 투자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물론 거품이 엄청 껴있어 보이지만 투자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의 흔한 소재인 예술품 모조와 도난 걱정은 NFT 작품에서는 해당사항이 없다.
사람은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 또한 제품의 원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브랜드의 가치와 명성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명품을 항상 사러갈때 항상 걱정되는 점은 지금 이 제품이 진품 여부이다. NFT는 소유권과 진품 여부에 대한 걱정을 해소해 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투자 목적으로서는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P2E 게임: Axie Infinity
필리핀에서는 사람들이 Axie Infinity라는 P2E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번다고 한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는 게임을 통해 얻는 하루 수익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버는 돈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이다:
- Axie Infinity의 블록체인 이름은 Ronin이고, 이더리움과 연결되어 있다. (아직까지는 사이드 체인) Axie Infinity에서는 이더리움 기반의 토큰인 AXS를 제작해서 발행을 했는데, 이 AXS를 Ronin 지갑에 예치를 한다면 일종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주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기적으로 Axie Infinity가 벌어들인 수익을 예치해둔 AXS에 비례해서 배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AXS를 획득하는 방법은 코인 거래소에서 직접 구매를 하거나, 게임을 통해서 획득이 가능하다.
- 매일 주어지는 일일 퀘스트를 마치면 Smooth Love Potion (SLP)라는 인게임 토큰을 제공해준다. 이 토큰은 Axie Infinity의 블록체인인 Ronin에서 $ETH (이더리움)으로 환전이 가능하고, $ETH 는 달러나 원화 같은 Fiat Currency로도 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셈이 된다.
- 마지막은 NFT를 만들어서 판매를 하는 것이다. Axie Infinity는 포켓몬과 유사한 게임인데, Breeding이라는 것을 통해 새로운 포켓몬을 교배시킬 수 있다. 교배를 통해서 획득한 포켓몬은 확률적인 모델로 성능 결정되고, 우수할 수록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된다. 교배를 위해서는 일정량의 SLP와 AXS가 필요하므로 돈을 벌기위한 관점에서는 확률이 개입 된다.
아래 영상 내용과 Axie Infinity라는 P2E게임에 대한 요약은 다음과 같다:
- 게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NFT가 최소 3개 이상이 필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초기 비용 투자가 필수)
- 각 NFT는 약 $200~300에 거래됨 (초기 비용 약 $600~$900)
- 2번 방식으로 매일 벌 수 있는 돈은 약 $15~30 달러
- 게임을 3달 이상한다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다른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비해 수익성이 더 좋을 수 있음
- 커뮤니티 내에서 자체적으로 장학금 프로그램을 만들어 NFT를 대여해주는 문화도 생김
- 하면 코로나로 인해 경제 타격을 크게 입은 많은 필리핀 사람들이 Axie Infinity 게임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
Axie Infinity는 P2E게임이 대중화된 첫 번째 사례다. 이 사례 때문에 게임사들이 NFT 기반의 P2E 게임이 눈독을 들이게 된 것 같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대두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트렌드에 부합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쉽게 모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 같다.
P2E의 미래에 대한 생각
현재 블록체인과 NFT 시장은 거품이 과하게 껴있다. 아직 가치평가가 어려운 단계지만, NFT의 가격이 제공하는 가치나 유용성 대비 과도하게 높다고 생각한다. 프로필 사진에 쓰이는 NFT (PFP NFT) 가격이 몇 백만원, 몇 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너도 나도 하나만 얻어 걸려 대박나자라는 심보로 블록체인과 NFT라고만 하면 미친듯이 베팅을 하는 투기장을 보는 것 같다. 리니지 운영 실패로 주가가 바닥을 치던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NFT를 한다는 발표 하나로 급등한 것을 보면 현재 NFT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닷컴 버블을 방불케하는 폭락이 한 번은 더 올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은 “바다이야기”의 영향으로 게임재화의 현금화 (Cashout)에 대한 시선이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국에서의 P2E 게임은 아직 먼 얘기로 느껴진다. 얼마전까지 즐겨했던 국내 P2E 게임 “무한돌파삼국리버스” 또한 사행성 문제로 인해 등급분류취소되어 앱 마켓에서 일시적으로 퇴출 됐다. (출시 한달만에 P2E 기능을 삭제하고 재 출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NFT와 P2E게임이 반짝하고 사라지는 트렌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버블은 터지기 마련이지만 Fundamental이 좋고 터지는 버블 속에서 살아남는 진짜들은 크게 성장하여 게임 시장에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롱런하고 잘되는 게임은 비지니스 모델에 성공 요인이 있지 않다. P2W 게임도, P2E 게임도 장기적인 매출을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SLP를 모으기만 하고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않는다면 Earn을 하는 유저들에 의해 Play를 하는 유저들은 떠나가게 될 것이다. 균형잡힌 Play와 Earn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에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BM에 집착하게 되는 게임사들의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이머이자 유저로서 제대로된 게임이 나오길 간절하게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