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해킹

그로스 해킹


벌써 입사를 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글로벌성장전략팀에서 일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돌아보고, 나의 커리어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고민을 하다가 입사 초기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의 눈에 들어왔다. “그로스 해킹: 데이터와 실험을 통해 성장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방법”

어디선가 들어본 단어였는데, 교수님께서 내 고민을 듣고 해주셨던 답변이 기억이 났다.

Q: 교수님, 전 데이터 분석을 공부했지만 현재 있는 부서에서는 엑셀로 지표를 분석하고 각 게임 타이틀 및 프로젝트가 얼마나 잘 하고 있으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포팅을 해야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데이터 분석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커리어 발전을 어떻게 할 지 막막합니다.

A: 재근, 그렇다면 그로스 해킹 전문가가 되면 되겠네요.

당시 코딩과 모델링을 통한 분석에만 관심이 있었던 내게, 교수님의 말씀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보고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하라는 말씀이신가?’ 라는 불만 섞인 투덜과 함께 기억속에서 잊힌 조언이 됐다. 하지만, 수개월 뒤 베스트셀러란에서 무심코 골랐던 책이 우연히 눈에 들어오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책에서 정의한 그로스 해킹은 핵심 지표를 찾고, 그 지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활동이라고 한다. 핵심 지표는 조직도와 관리의 편의성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흐름 (Use Flow) 관점에서 정의를 해야한다. 또한 핵심 지표를 정의하는데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프레임워크 AARRR을 소개했다:

  • Acquisition: 사용자를 어떻게 데려올 것인가?

  • Activation: 사용자들이 서비스 핵심 기능을 잘 사용하는가?

  • Retention: 사용자들이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방문하는가?

  • Revenue: 사용자들이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결제를 하는가?

  • Referral: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지인에게 추천 및 소개를 하는가?

하지만 AARRR를 오해하여 사용하는 케이스가 많다고 들었었다. 대표적인 오해들은 두가지였다:

  1. AARRR에 해당하는 5단계의 각 단계별로 지표를 모니터링하는 것

    지표를 모니터링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AARRR에 해당하는 지표들은 입체적이라 상황과 업계 특성에 따라 어떤 지표를 봐야할 지 선정하는 과정, 그리고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과 실험을 우선적으로 해야하는지 결정하는 것이 동시에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2. AARRR은 퍼널 처럼 연결 되어 있으므로, 맨 앞의 Acquisition 부터 개선을 해야한다.

    AARRR의 주창자인 데이브 맥클루어는 Activation과 Retention을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Acquisition과 Referral은 2순위, 마지막으로 Revenue를 챙겨야 한다는 식으로 개선 우선순위를 제안 했다고 한다.

실제로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두가지 오해를 모두 접한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게임 회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매출과 사용자 수이기 때문에 상사들과 C레벨 분들 또한 Acquisition과 Revenue를 가장 우선적으로 보는 것 같다. 회사가 돈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갖고 있는 것, 그리고 “운영을 참 못하네’’, “도박 K-게임”, “20대 리니지”라는 소리를 듣는 것 또한 매출을 우선적을 신경을 써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사내에서 Activation과 Retention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현재 메이플스토리만 봐도, “Activation”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컨텐츠가 너무 진부하다. 몇년 전 부터 몹 사냥, 스펙업, 보스킬링과 같이 똑같은 패턴과 “방학 이벤트 = 코인샵”과 같은 똑같은 컨텐츠로 게임 서비스의 핵심 기능인 “재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유저들이 이벤트 일정을 예측할 수준까지 왔다. “Retention”을 높이기 위해서 억지로 해야하는 일일 퀘스트(a.k.a 숙제)의 개수는 너무 많으며 이를 전부 끝내려면 최소 1년이 걸린다.

이처럼 음악과 캐릭터 디자인은 손색이 없으나, 스토리와 게임성 측면에서는 유저이자 동시에 게임사 직원인 나도 부끄러울 정도이다. 오죽하면 메이플 업데이트 댓글에 “음향팀, 디자인팀만 나가있어!”라는 밈이 있을까… 새로운 맵을 탐험하고, 여행하는 즐거움을 메이플에서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이러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책은 AARRR을 활용하는 방법을 총 4가지로 정리를 했다:

  1. 문제 정의: 각 단계별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확인
  2. 지표 선정 및 측정: 각 단계의 핵심이 되는 주요 지표 선정 및 지표의 현황 측정
  3. 지표 이해: 측정된 지표가 가지는 의미를 이해한다.
  4. 개선 목표 설정 및 실행: 개선해야하는 목표 수준을 정하고 실험을 통하여 지표를 단계적으로 개선한다.

현재 내가 속한 팀이 하는 일이 이와 일맥상통한다. 내가 할줄 아는 부분은 1,2 뿐이며 3,4는 아직 많이 미숙하다. 책을 읽으면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기분이 들었다. 추후 내용은 상세하게 읽어보고 업무에 적용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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