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분석

린 분석


넥슨에 입사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내가 생각했던 데이터 분석 업무와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협업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준 대기업이 어떻게 성과와 지표를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렇게 그로스해킹이라는 분야에 얼떨결에 입문을 하게됐다.

단순하게 매출을 숫자의 크기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을 하고 있는 수치인지를 주 단위, 월 단위, 분기 단위로 확인하는 작업도 직업 해봤고, 코호트 분석을 통해 어떤 시점에 유입된 유저들이 더 많은 매출을 발생시키는 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런칭하는 신규 타이틀들이 목표 대비 얼마나 성과를 내고 있는지 체크도 해봤으며,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보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지표들은 관리 측면에서 과도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서비스의 수익성과 관련된 지표만 해도 매출, ARPPU, ARPDAU, PUR 과 같은 대표적인 네 가지가 있고, 코호트, 시점, 국가별로 본다고 하면 몇 십가지의 새로운 수치들이 생성된다. 지표를 보는 것은 서비스의 현황과 문제점 파악에 필수적인 것이었지만, 과도하게 많은 지표들은 효율적인 인사이트 도출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와중에 “린 분석”이라는 책을 접하게 됐고, 목차를 보고 나서 망설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본 책은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뉜다:

  1. 첫 번째 파트에서는 사업에 왜 데이터가 필요한지에 대해 기술하고 지표의 분류와 특성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2. 두 번째 파트에서는 사업이 거치는 단계 그리고 특성에 따른 지표의 활용과 적절성에 대한 얘기를 한다
  3. 마지막 파트에서는 업계 및 상황별 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제시해준다.

가장 내게 필요했던 부분은 마지막 파트인 것 같다. 항상 수치를 보고 있어도 업계에 오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와닿지 않는 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다. 월 매출이 얼마나 나오고 목표 대비 달성률이 어느정도 나왔는지는 계산이 가능했지만, 해석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해당 수치가 서비스 지속을 위한 적정 수치인지, 혹은 업계 평균 대비 괜찮게 나오는 편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어느정도 답답함이 있었다. 숲을 보고 싶었지만, 정작 내가 당장 볼 수 있는 건 눈 앞의 나무 뿐인 기분이었다. 책에서 알려준 가이드라인들은 내가 숲을 볼 수 있게 높은 사다리를 제공해준 것만 같았다:

  • 예상되는 매출의 1/3 이상을 고객 확보 비용으로 지출하지 말라
  • 회원 가입한 사용자의 30%가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고 10%가 매일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 전환률이 10% 이상이라면 사업은 매우 우수하게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이며, 온라인 상점의 초기 전환률은 2%대이다.

실제로 지표를 매일 보고 있는 입장에서 위와 같은 내용은 해석의 해상도를 높여준 것 같다. 물론 업계마다 편차가 있을 순 있지만 목표 수치에 대한 설정과 관점에 대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인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Monica Rogati라는 데이터 과학자가 제시한 데이터 수집 시 주의해야할 10가지 함정이었다:

  1. 데이터에 결점이 없다고 가정하는 것
  2. 표준화 하지 않는 것
  3. 아웃라이어를 배제하는 것
  4. 아웃라이어를 포함하는 것
  5. 계절적 변동과 요인을 무시하는 것
  6. 성장을 평가할 때 절대 규모를 무시하는 것
  7. 지나치게 많아 의미를 잃은 데이터
  8. 거짓 경보를 울리는 지표
  9. 직접 수집한 데이터만 인정하는 배타적인 태도
  10. 잡음에 초점을 주는 것

지나친 분석은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트리며, 허상 지표를 무시하기 위해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요지인 것 같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이 많아 내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걸릴 것 같다. 천천히 읽어가면서 업무에 적용을 해보도록 해야겠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라는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의 명언은 지표와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으며, “Data Puking”을 하지 않기 위해 행동을 취할 수 있는 Actionable한 지표를 구분해낼 줄 아는 힘을 길러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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